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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대 후반, 인생 망한거 같아요...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feat. 세바시 강연: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라)
    생각들 2017. 12. 9. 20:23

    처음 들어간 직장에서 일을 그만두고 백수가 된지 대략 1달하고 1주가 되어간다.

    처음 1주 동안은 직장에 안나가는 그 자체만으로 너무 행복했었다.

    원래 지금 일어나서 씻고 준비하고 버스에서 헤드뱅잉을 하고 있어야하는데,

    안락한 침대속에서, 전기요 위에서 몸을 지지며, 빼꼼 손가락만 내놓고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본다.

    아 세상에 이렇게 행복하고 여유롭고 재미있을 수가.


    그런데 3주차에 돌입하면서... 

    백수만 되면 당장 시작해야지! 하고 생각했던 것들을 밍기적거리며 안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되고

    이제 다음은 뭘 해야하지. 다음을 준비해야 하는데? 

    내가 생각했던 이 다음이 진정 내가 원하는 길일까? 

    이 길을 선택했다가 또 아니면 어떡하지, 이제 20대 후반인데... 마지막 선택같은데 어떡하지?

    아 생각만 하면 안되고, 빨리 결단을 내려서 실행에 옮겨야 하는데!

    이러다가 하루를 그냥 보내고

    그러면 "아 나 오늘도 슈레기 같은 하루를 보냈네." 라고 자책을 하게 되고.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고...


    아무튼 직장을 다닐때는 직장에 쩔어서 '생각'이란 걸 하면서 살 여유가 없었는데

    백수가 되니까 '생각'이란 걸 하게 되고

    '생각'을 해서 기쁘기는 한데, 또 '생각'을 하면서 따라오는 괴로움도 있다.


    내가 속한 나이대그룹: 20대 후반이라는 나이는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내가 생각하는 20대 후반이라는 나이는?


    • 사회에서 하라는 것 이것저것 다 하면서 숨가쁘게 달려오다가, 문득 멈춰서서 "어라, 이건 뭐지?"
    • 20대 초반을 좀 더 알차게 보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 30대가 됐을 때, 이루어놓은게 없을 거 같다는 막연한 불안감
    • 나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 나이 (20대 중반 때 한번 왔었는데, 다른 일에 심취하느라 또 잊고 살았다)
    • 사회가 세운 '평범한 20대 후반즈음엔 이뤄놔야 하는 것들'의 체크리스트(취업, 종잣돈, 결혼, 출산 등등)를 달성하려고 전전긍긍
    • 그 체크리스트를 달성하지 못하면, 내 인생 망했어... 라는 우울의 구렁텅이에 빠질 수 있는 나이



    아.. 내 인생 망했다




    아무튼 앞만 보고 달려오다가 문득 의문을 갖고 이건 아닌데, 하는 대부분의 나이가 20대 후반인거 같다.

    이런 물음이 빨리 오는 사람도 있고 이것보다 늦게 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아쉬움이 드는 것은... 이런 물음을 10대때부터 했으면 지금 내가 이렇게 혼란스럽지는 않을텐데 라는 생각.


    예전부터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뭘까? 내가 즐거운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왔었는데,

    일에 치이느라,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다보니 그걸 또 잊고 살았다. 

    예전부터 하던 물음을 아직도 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평생 생각하면서 살아가야할 문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런 생각을 오랜만에 진지하게 하다가, 문득 유투브의 영상의 바다에서 헤엄을 치고 싶어져서 강연 영상을 찾다가,

    나의 고민과 관련된 괜찮은 강연을 발견했다.


    세바시 135회: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라 (최진석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


    대략적으로 검색해보니, 이 분은 인문학자로도 유명하신 분이며, '탁월한 사유의 시선'이란 저서로도 유명하신 분이다.


    유투브 댓글에는 말이 느려서 다음말 기다리느라 답답해 죽을 거 같다는 평도 있는데ㅋㅋ 

    나는 반대로 그 사이사이에 나만의 생각을 해볼 수도 있고, 앞에 했던 말을 곱씹어 볼 수도 있어서 좋았다.


    아무튼 몇가지 기억하고 싶은 부분들을 정리해 보았다.



    1. 욕망이란?


    내적으로 비밀스럽게 자기한테 느껴지는 삶의 충동. 생명력.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없는 자기만의 고유한 자발성.

    여기있는 자기를 다른 곳으로 이끌고 갈려는 의지. 


    강연 현장에서 들었다면 바로 졸았을 법한...ㅋㅋ 그래도 한 글자씩 곱씹어보면 그 의미가 와닿는다. 

    그런데 10대때는 학교 마치고 바로 학원갔다가 집에와서 다시 밤늦게까지 학원 숙제를 하는 그런 생활속에서, 

    20대때는 대외활동, 토익, 취업준비, 어학연수 등등, 이렇게 정해진 것들을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모두가 같은 대열에서 발맞추어 행군하는 듯한 사회에서, 

    과연 자신만의 비밀스런 욕망을, 삶의 충동을 느끼기 쉬울까?

    모르겠다. 나는 좀 둔한 사람이라. 또 이걸하면 이것도 괜찮은 것 같고, 저걸하면 저것도 괜찮은 것 같은 사람이라.

    딱히 호불호가 강한 성격이 아니라. 

    그런 나만의 비밀스런 욕망을 아직 캐치해 내지 못했다.



    2. 자신의 욕망, '자신'을 강조한 이유?


    욕망은 철저하게 자기만의 것이며. 다함께 있는 곳에서는 욕망이 작동되지 않는다.

    집단속에서는 이성만이 작동될 뿐이다.


    집단속에 있는 자신을 비춰봤을 때,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기 어렵다는 뜻 같다. 

    자기가 진짜로 원하는 그런 욕망대신, 집단이 옳다고 생각하는 욕망을 따르게 되는 것이 아닐까.



    3. 왜 우리는 사회적 틀에 고통받고, 그 틀에 우리를 맞추려 하는가?

    (이 부분은 영상부분이랑 내 생각을 분리해서 쓰기가 애매해서 그냥 통합해서 썼다)


    우리 삶은 지식을 증가시키고 경험의 폭을 늘려가는 과정이다.

    그럼 우리는 지식을 증가시키고 경험의 폭을 늘려감으로 인해서, 

    자유스러워졌는가? 더 행복해졌는가? 더 성숙해졌는가? 

    더 관용적이게 되었는가? 더 창의적이게 되었는가?


    이 물음에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면, 지식과 경험은 나한테 무엇인건가?

    과연 지식은 정말 우리에게 좋은 것인가?

    지식은 우리에게 좋은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우리가 위의 물음에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는 것은, 

    우리는 지식을 손 안에 넣고 다루는 게 아니라 (주도권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식에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식은 대체 무엇인가?

    지식을 구성하는 것은 '개념'이다. 개념은 어떤 대상을 틀에 넣어 정의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개념은 공통적인 것이되고. 그 개념은 모든 사람에게 공유된다.

    하지만, 그 개념은 앞에서 말했듯이 공통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에 해당되지 않는 사적인 것, 

    부수적인 것들은 제외된다. 따라서 개념은 제한적이다. (개념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세계를 다 반영하지는 못한다)


    그럼 이 제한적인 개념(곧 지식)이 왜 우리를 지배하는 걸까?

    지식은 공통성을 가지고, 모든 사람에게 공유되는 것이라서.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것이라서.

    공통의 것만 뽑아놓은 것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인정받는다.

    그래서 지식은 힘을 가지게 된다.

    이런 지식이 신념이 되고 신념은 이념이 되고 이념은 가치관이 된다.


    보편적인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20대에는 뭘해야 하고. 30대에는 뭘해야 하고. 40대에는 뭘해야 하고.

    각 단계마다 어떤걸 이뤄놓아야지 괜찮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고.

    이런 것들이 다 대한민국 안에서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공유되는 '개념'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이렇게 모든 사람들에게 공유되는 개념을 어기는 것이 (일탈을 하는 것이)

    이상한 것으로 느껴지고, 힘든 게 아닐까. (지식은 우리를 지배하는 힘이 있으니까)

    백수. 노처녀. 고등학교 자퇴생. 이런 단어들은 다 그 보편적으로 공유되는 '개념'을 벗어난 것들을 대표하는 단어들.




    20대에는 뭘 해야하고. 30대에는 뭘 해야 하고... 등등 극혐...!!




    쓰다 보니까 내가 무슨 말을 적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간에, 지식은 분명 우리한테 좋은 거긴 한데, 반대로 그 지식에 너무 잠식당해서 

    그걸 너무 삶의 큰 잣대로 세우고, 그 잣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해서 고통받지 말라는 얘기같다.

    갑자기 무식한 사람이 용감하다. 라는 말이 떠오르네.

    그냥 지킬건 지키고. 남한테 피해주지 않는 선에서.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밀고 나가고싶다.

    그런 배짱을 가지고 싶다. 



    4. 왜 우리는 창의적이지 못하는가?


    사랑하라. 한 번도 사랑해보지 못했던 것 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있지 않는 것 처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을 때는 예쁘게 불러야 한다는 압박감(사람들의 시선)도 없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 거리면서. 나로서 존재하게 된다. 행복하다.

    그럴때 창의성이 발휘된다. 나의 존재가 나로서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가 창의적이지 못한 이유는? 

    '자기'라는 존재가 이미 체계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체계속은 이성이 작동하고 있고, 우리가 체계속의 이성적 존재로서 참여하는 한 행복할 수 없다고 한다.


    그니까 좀 더 정리해보자면,

    이 강연의 제목처럼.

    자신의, 자신만의, 욕망을 인생에서 찾고 발휘하면, 창의적이고 즐거운 인생을 사는데

    자꾸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고,

    세상속의 자신이 원하는 욕망에 맞추어 살면

    불행해진다는 뜻 같다. 


    강의 마지막즈음에 최진석 교수님은 청중들을 향해서 여러가지 질문을 던진다.

    근데 그 질문들이 하나같이 가슴에 콕콕콕 박힌다.


    자기의 욕망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이에게 세상은 무엇인가?

    여러분들은 바람직한 일을 하면서 살고 계십니까? 아니면, 자기가 바라는 일을 하면서 살고 계십니까?

    해야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계십니까?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계십니까?

    좋은 일을 하면서 살고 계십니까? 아니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계십니까?

    바람직한 일, 해야하는 일, 좋은 일을 할 때 자기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하고싶은 일, 바라는 일,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자기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자기가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 것 인가, 자기가 체계의 수행자로 살 것 인가, 하는 것은 여러분 선택의 몫입니다. 



    역시. 시기적절한 질문을 하면서 사는 것은 참 중요한 것 같다.
    계속 곱씹어 볼 만한 질문들이다.
    한편으론, 저런 것들이 너무 이상적인 것들로만 느껴지기도 하다.
    저런 삶이 좋은 것 다 이미 알고 있는데.
    문제는 당장 한 달 생활비를 벌어야하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 정확히 뭔지도 헷갈리고
    기타등등등등.

    그럼에도 이런 질문들이 중요한 것은
    당장에 저런 바람직한, 나를 찾아서 내가 주도적으로 이끄는 삶을 살고 있지 못하다고 
    좌절하고 나 자신을 비난하는게 아닌거 같다.
    저렇게 깨닫고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솔직히 몇 퍼센트에 불과하고
    태반이 일단은 돈을 벌어야 하니까 다니기 싫은 직장을 그냥 다닌다.
    이런 혼돈스러운 2030세대를 반영하는 '이번생은 처음이라' 라는 드라마가 많은 사람들한테 공감을 얻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현실에 안주하는 생각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그렇게 각자의 위치에서 삶을 살아가면서도
    항상 마음 한켠에는 저런 물음들을 품고
    천천히 그 쪽으로 나 자신의 욕망을 찾고 실현시켜 나가는게 중요한 것 같다.

    그러니까 벌써부터 20대 후반에 이러이러해서 
    내 인생은 망했어. 아 아무것도 할 힘이 나질 않아. 라고 하지맙시다. (는 나에게 하는 이야기)
    모든 청춘들 화이팅! ㅠㅠ 

    (이상 한 백수의 길고 장황한 정신승리글이었습니다. 총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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