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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같은 시대에 정직함이 밥먹여 주나요? (a.k.a. 호구)
    생각들 2018. 5. 1. 16:47

    오늘 도서관에 가서 볼 일을 다 보고 

    도서관을 나서기 전에 

    가벼운 마음과 방광으로 지하철을 타고 싶어서

    화장실에 들어갔다


    가장 안 쪽 칸으로 들어가는데 왠걸 

    명품 장지갑(!)이 생리대 수거통 위에 떡하니 올려져 있는것이 아닌가??




    일단 볼 일을 보면서

    파바박 떠오르는 2가지 생각


    1. 그냥 꿀꺽 할까

    2. 무슨 소리... 사서한테 갖다주자


    요즘 일도 안하고 쪼들리고 마침 월 초라 이제 방세도 내야하고... 

    슬쩍 지갑 안을 열어보니 대략 30만원 쯤이 있다.


    지갑을 들고 화장실 칸을 나왔다.

    물을 틀고 손을 씻었다.

    결정을 내렸다.


    그대로 지갑을 들고 그 층에있는 사서에게 걸어갔다.


    아까 전에 내가 뭔가를 물어보느라고 말을 걸었던 사서 할머니였는데 

    또 다시 내가 말을 걸으니, 귀찮은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저 이 지갑을 여자 화장실에서 주웠는데요"


    라고 말하는 순간.. 굳어있던 얼굴 근육이 펴지면서 환하게 웃는다.

    나에게 고맙다며 씨큐리티쪽에다가 넘기겠다고 한다.


    그 순간 느껴지는 뿌듯함. 




    꼭 그 할머니의 반응때문이 아니라. 

    그냥 나에게 좋은 일을 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나 자신이 대견스럽고 그런 느낌.


    친구 1명에게 이 일화를 말하니까 그냥 꿀꺽하지 왜그랬냐고 하는데.

    그 사서 할머니가 중간에 가로챌 수도 있고 (농담으로)...

    그 말을 들어도 나는 절대 그 기회(?)가 아깝지가 않다.


    그 돈은 원래 나의 것도 아니었고

    그런 순간을 기회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평소에 남 도우면서 살지도 않는데

    겸사겸사~


    예전에 대학교 화장실에 내 아이폰을 놓고 나온 적이 있었다

    오래되서 꼬졌다고 평소에 구박을 하고 다녔어도

    막상 분신과도 같은 폰을 잃어 버렸다고 생각하니

    등에서 식은땀이 났었다


    친구의 전화를 빌려서 핸드폰에 전화를 걸어보니

    어떤 학과의 조교가 받았다

    누가 화장실에서 주웠다며 학과사무실에 놓고 갔다고 했다

    크... 그때 얼굴도 모르는 그 사람이 어찌나 고맙던지...


    지갑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의 정직한 행동으로 인해서 

    그 지갑 주인의 철렁한 가슴이 안도의 한숨으로 바뀐 하루였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이 없을 것이다


    아무튼 결론은 내 자신아 잘했다고요 - ! 


    그리고 앞으로도 순간의 이익에 눈이 멀어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일은 없이, 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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